[Vol.9 No.3] ETRI연구원 출신이 작성하는 ETRI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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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9-1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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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연구원 출신이 작성하는 ETRI 소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권태수 교수

 

ETRI는 필자가 학교에 부임하기 전 2013년3월부터2015년 8월까지 약 2년 6개월간 재직했던 연구소로 길지는 않지만, 주변 선후배 연구원분들과 좋은 인연을 맺고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점만 기억에 남은 연구소이다. 필자는 ETRI 이전에 삼성종합기술원에 약 4년간 재직했었는데, 두 기관은 미래 무선통신의 원천기술을 연구한다는 유사점이 있어, ETRI 입사 후 적응이 상당히 수월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사실 2년 반이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그보다  훨씬 오랫동안 재직한 것 마냥 지금도 선후배연구원분들과 일상적으로 교류하며 아주 돈독하게 지내고 있다. 물론 사설연구소와 국가연구소간 차이가 엄연히 존재해 각자의 장단점이 분명하였는데, 이 부분은 워낙 개인적이라 글로는 남기지 않고 별도 연락을 주시면 구두로 공유해드리겠다. 사실 ETRI 소개는, 현직 ETRI 연구원분들이 가장 정확히 작성할 수 있겠지만, 좋은 기억을 갖고 퇴사한 아직은 비교적 젋은(ETRI에서는 필자의 나이면 여전히 젊은 연구원으로 간주된다) ‘ETRI동문’이 소개를 하는 것도 또 다른 관점에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림 1. ETRI 전경

 

  ETRI 하면 대표적으로 회자되는 업적이 TDX 국산화와 CDMA 종주국으로의 발돋움, 그리고 더 나아가 와이맥스의 개발주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굵직한 업적은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와 같이 이미 15년~30년전 내용들이라, 최근 대학원생들에게는 크게 공감되지 않을 수 있다. 최근 대학원생 졸업생들이게는 오히려, 국내 최대규모의 IT기술 정부출연연구소로서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수도권 선호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현재에도 수도권이 아니라는 핸디캡도 가볍게 극복하며, 단연 가장 가고 싶은 연구소로 인식되고 있지 않나 한다. ETRI 역사는 관련연구자들은 이미 잘 알고 있을테지만 한번 더 언급하자면, 1976년 통신, 반도체 등 전자분야 중심의 KIST 부설 한국전자통신연구소로 발족하여 지속적으로 발전해오며, 1998년 소프트웨어와 로봇 등을 전산분야 연구를 위한 시스템공학연구소(SERI)와 통합하면서, 약 2000명의 정규직 연구원과 연 6000억원의 예산을 갖춘 IT전 분야를 통틀어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정부출연연구원이라 하겠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 사기업과 대학들의 연구성과가 급격히 성장해가면서, 상용기술 측면은 국내 굴지의 사기업들에게, 원천기술 측면에서는 국내 최고 대학들에게, 우위를 내주고 있다는 위기감으로 정부출연연구소로서의 역할에 대해 잦은 재고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잦은 조직개편과 성과중심의 연구개발로 기술적 유행을 좇는다는 비판도 있는데, 역으로 보면 사기업에서 할 수 없는 위험요소를 감당할 수 있고, 학교에서 다루기 어려운 대규모 연구개발을 주도하며, IT 기술의 특성에 맞게 최신 기술의 반영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나 한다. 물론 장기적이고 안정적 연구비 확보를 가능케하여 2000여명의 우수한 연구원들이 보다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준다면, 소위 방목하여 연구를 수행하게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ETRI 재직 시절 동료연구원들과 잡담하며 바라던 꿈같은 이상적 연구환경이 가장 좋다고 필자는 여전히 생각한다. ETRI는 올해 신임 원장님이 부임하시면서 다시 또 기대를 받으며, 6G이동통신과 인공지능을 화두로 “인공지능연구소”, “통신미디어연구소”, “지능화융합연구소”, “ICT창의연구소” 등의 구조로 조직개편을 하였다. ETRI는 연구소 이름에서도 나타나듯이 지금까지 ‘통신’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소한 현재 시점에서는 ‘인공지능’이라는 키워드가 ‘통신’을 넘어 조직개편의 중심이 되지 않았나 한다(통신전공자 입장에서 ETRI 홈페이지(http://etri.re.kr)를 보면, 아쉽게도 이제는 인공지능연구소가 통신미디어연구소보다 앞에 있는 점을 눈여겨보게 된다). 또다른 큰 특징 중 하나는, ETRI 내부 연구원분들이 필히 느끼시겠지만, 예전에는 이동통신과 위성통신/전파관리가 2개의 연구소로 별도 분리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과제기획 시 연구분야의 충돌에 대한 논란이 간헐적으로 있기도 하였는데, 이제는 통신미디어연구소로 모두 통합되었다.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냉정하게 보면 통신분야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축소된 측면도 없지 않나 추측된다. 어쨋거나, ‘인공지능’이 특정 연구분야로서의 인공지능이 아니라, 수학과 같이 모든 기술에 보편적으로 응용되는 지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IT기술을 선도하는 ETRI역시 그에 따라 조직이 개편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림 2. ETRI 연구∙행정부서(2019년)

 

본 고 작성의 목적이 취업정보 및 수기의 목적도 있다고 하여 이를 작성해보면, 공고문은 어차피 ETRI 홈페이지 등 공식적인 공고를 보면 확인할 수 있기에, 필자가 느껴본 지극히 주관적 사항을 적어본다. ETRI는 기본적으로 매년 공채를 통해 정규직 연구원을 모집한다. 필자가 입사자 입장, ETRI 재직당시 후배연구원들의 이력, 그리고 퇴직 후 외부 전공면접위원으로서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전공적합성과 연구역량을 중심으로 공정한 절차에 따라 선발된다. 연구직의 경우, 병역특례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10-20명 가량의 박사급 연구원이 선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전공역량은 역시나 SCI급 논문실적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SCI 급 논문실적이 많다고 우위에 있지는 않으며 논문은 그 수가 적더라도 본인의 세부전공의 역량을 어필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한 듯하다. 전공면접은 그 외적인 요소가 오히려 큰 듯 한데, ETRI는 산업화와 학계연구의 가교 역할이 크기 때문에, 과제수행 실무경험이 풍부하고 조직 적응도가 뛰어난 인재가 합격률이 높았다. ETRI입사에 관심이 있다면, ETRI연구원과 평상 시 교류가 있어 지원부문에 대한 현재 연구 이슈를 파악할 수 있다면(물론 공유가능한 정보에 한함) 면접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듯 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최소한 홈페이지나 워크샵/학술대회/논문지 등에서의 최근 발표된 내용 등을 통해 현재 해당 연구소의 주력 연구과제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한다면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줄 것이다.

 

 

그림 3. ETRI 정규직 연구원 채용 공고 예시(2019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필자는 여전히 업무적으로나 사적으로 ETRI 연구원분들과 적지 않은 교류를 하면서 지내고 있는데, 대학보다 ETRI연구원 시절의 일상이 재밌었고 그리고 ETRI는 정말 좋은 직장이라고 늘 얘기하곤 한다. 2000여명의 연구원이 함께 동고동락하는 대규모 연구소에서 연구하는 인연은 결코 가볍지 않은 듯 하다. 그의 일환인지, ETRI는 2년이상 재직 후 퇴사할 경우 ETRI동문 자격을 부여한다(동문증이 있으면ETRI 출입절차가 간소하다). ETRI 취업을 고민하는 학생이나 이직을 고려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필자는 아주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또한 ETRI 를 소개하면서, 향후에도 과거의 영광을 넘어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갈 것임을 믿어의심치 않는 바이다.